세라마이드는 혼자 일하지 못해요

세라마이드가 피부 맨 바깥층에서 하는 일과, 콜레스테롤과 지방산이 같이 있어야 하는 이유, 성분표에서 확인하는 법을 정리했어요.

성분
유리 크림 통이 옆으로 눕혀져 있고 되직한 연분홍 크림이 안에 가득 차 있어요. 검은 뚜껑은 옆에 따로 놓여 있어요.
사진 Tara Winstead / Pexels

세라마이드 크림을 두 달째 쓰는데 볼은 여전히 당기나요? 세라마이드는 혼자 일하지 못해요. 콜레스테롤과 지방산이 같이 있어야 피부 바깥층의 틈이 메워지거든요. 성분표에 세라마이드 이름이 분명히 적혀 있어도 들어 있다는 말과 일하고 있다는 말은 같지 않아요.

벽돌 사이에는 뭐가 발라져 있나요

피부 맨 바깥층은 벽돌집처럼 생겼어요. 납작하게 눌린 세포가 벽돌이고 그 사이를 메운 기름 성분이 시멘트인데 세라마이드는 그 시멘트 재료 중 하나예요.

시멘트가 촘촘하면 몸 안의 물이 천천히 빠져나가고 겉은 매끈하게 유지돼요. 틈이 벌어지면 물이 훨씬 빠르게 날아가요. 겉에 뭘 발라도 한 시간이면 다시 당기고 세수만 해도 따가운 상태가 이어지죠. 속건조랑 따가움이 한꺼번에 오는 게 이 틈 때문이에요.

셋 중 하나만 넣으면 어떻게 되나요

시멘트를 만드는 재료는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이렇게 셋이에요. 이 셋이 일정한 비율로 같이 있어야 벽돌 사이가 메워져요.

셋 중 하나를 아무리 넉넉히 넣어도 나머지 둘이 할 몫까지 대신 해 주지는 못해요. 세라마이드만 잔뜩 든 배합은 벽돌 사이를 반쯤 채우다 말아요. 그러니 성분표에서 세라마이드 이름 하나만 보고 통을 덮으면 절반만 본 거죠.

성분표에서 어떻게 찾나요

가장 흔하게 보이는 이름은 세라마이드엔피고 그다음으로 세라마이드 에이피와 세라마이드 이오피가 종종 같이 실려요. 하이드록시프로필비스팔미타마이드엠이에이✱처럼 한 번에 읽기 힘든 긴 이름도 같은 자리에 들어가는데 브랜드는 이걸 세라마이드 pc-104 같은 짧은 별명으로 적어 둬요.

✱하이드록시프로필비스팔미타마이드엠이에이: 세라마이드와 비슷하게 굴도록 만든 성분이에요. 유사 세라마이드라고 불러요.

나머지 둘도 같이 찾아야죠. 콜레스테롤은 성분표에도 그대로 콜레스테롤이라고 적히지만 지방산은 팔미틱애씨드나 스테아릭애씨드 같은 개별 이름으로 흩어져 있어서 눈에 잘 안 띄어요.

성분표 뒤쪽에 적혔다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에요. 대신 순서만 봐서는 얼마나 들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어요.

두 제품을 나란히 놓으면

에스트라 아토베리어365 크림 성분표에는 세라마이드엔피와 유사 세라마이드 두 종이 함께 있고 콜레스테롤, 팔미틱애씨드, 스테아릭애씨드도 뒤쪽 절반에 나란히 적혀 있어요. 시멘트 재료 세 부류가 한 통에 다 모인 셈이죠. 42종을 훑어봐도 향료와 색소는 안 나와요.

다만 각 성분이 얼마나 들었고 서로 어떤 비율인지는 어디에도 공개돼 있지 않아요. 재료 부류가 다 갖춰졌다는 것까지만 확인되고 그 이상은 아직 몰라요. 브랜드가 안전성 시험 세 가지를 마쳤다고 적어 둔 것도 시험을 했다는 사실까지만 읽는 편이 안전해요.

토니모리 세라마이드 모찌 토너를 같은 눈으로 열어 보면 반대예요. 세라마이드엔피를 5,000 ppb라고 공개했는데 이건 5ppm이고 질량으로 따지면 0.0005%예요. 함량을 숫자로 적어 둔 제품 자체가 드물어서 확인할 거리를 준 것만으로도 쓸모가 있어요.

대신 34종이 나열된 이 성분표 어디에도 콜레스테롤과 지방산은 보이지 않아요. 삼총사 중에 이름값 하는 하나만 들어갔어요.

바르자마자 촉촉한 건 세라마이드 덕분일까요

토너를 바르면 바로 촉촉하죠. 그 촉촉함을 만드는 건 대개 세라마이드가 아니라 성분표 앞쪽에 실린 보습제와 유분이에요. 모찌 토너에서는 다이프로필렌글라이콜과 글리세린, 프로판다이올이 물을 붙잡고 마카다미아씨오일과 탄화수소가 그 위를 덮어요. 34종 중 32번째에 적힌 세라마이드가 낼 수 있는 몫이 아니에요.

모찌 토너 상세페이지는 세라마이드 성분이 보습과 영양을 같이 채워 준다고 적어요. 촉촉함을 만드는 성분이 따로 있으니 이 문장은 좀 나간 편이에요. 브랜드가 성분 포인트로 내세운 히알루론산은 34종 어디에도 안 보이고요.

장벽 쪽 변화는 이보다 훨씬 느리게 와요. 손끝에 바로 닿는 감촉이랑 벽돌 사이 시멘트가 다시 차오르는 속도는 아예 달라요. 하루 이틀 써 보고 판단하지 마세요.

이럴 땐 화장품 말고 피부과예요

지성 피부가 되직한 세라마이드 크림을 아침에 두껍게 바르면 하루 종일 얼굴이 답답하고 화장도 밀려요. 그럴 땐 밤에만 쓰세요.

모찌 토너에는 향료 오일이 5종 들어 있어요. 라반딘, 센티드제라늄꽃, 멕시칸주니퍼, 라벤더, 레몬껍질이에요. 리모넨과 리날룰도 따로 적혀 있어요. 브랜드는 향을 은은한 시트러스향이라고만 적었는데 다섯 중 넷은 시트러스 계열이 아니라서 향에 예민하면 이 토너는 빼는 편이 나아요. 민감한 피부라면 팔 안쪽에 먼저 붙여 보라는 브랜드 안내는 그대로 따를 만해요.

진물이 나거나 통증이 며칠 이어진다면 크림 한 통으로 붙잡을 단계는 지났어요. 피부과로 가세요.

오늘 쓰는 크림 성분표를 열어서 세라마이드 옆에 콜레스테롤과 지방산이 같이 있는지 보세요. 그 한 줄만 확인해도 통에 적힌 말과 배합이 실제로 하는 일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요.

같은 기준으로 국내 세라마이드 제품 여섯 개를 열어서 각각 얼마나 들었는지 적어 뒀어요. 건조한 데다 예민하기까지 하다면 그쪽은 거르는 기준이 달라서 따로 골라 뒀고요.

이 글에 나온 제품

피부 장벽 관리와 보습을 목표로 한 제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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